●대한민국연극제 지역 예선 대전 대회 심사 총평●
2022년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대상을 수상했던 대전은 올해는 극단 호감의 ‘안테고네’,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조선으로 베다’, 극단 새벽의 ‘산책 세 작품이 참가했다.
먼저 어려운 지원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극장 무대를 멋지게 채워주신 모든 극단의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특성 따른 무대의 미장센이 연출의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럼에
도 작중 인물들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해 극적 갈등을 고조시키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웠다.
작품 모두 대사를 통해 인물 상호간의 갈등과 인물의 내적 갈등을 고조 시키는 작품이었
다. 즉 무대 위 배우가 극 중 인물을 진실성 있게 구현하고 극적 갈등을 고조 시키는 역할을
온전히 담당해야하는 작품이었지만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조선으로 베다에서 효종과 송시열 그리고 김자점, 세 인물의 나라를 위한 대의와 개인의 정치
적 욕망은 인물의 내적 갈등이자 인물 상호간의 갈등 요인으로 극을 끌고 가는 주요 갈등이
다. 그러나 세 인물의 대화는 긴장감을 만들지 못했고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결국
객석과 무대는 극적 긴장감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지켜보며 효종을 지
키던 내시 언겸(상선)이 마지막에 왕을 죽이는 장면에서 또한 관객의 심리적 공감대를 얻기에
는 부족했다.
산책은 일제시대 죽음으로 자신의 신념을 지킨 신채호와 그의 부인 박자혜 여사의 숭고한 사
랑을 그렸다. 언제나 그렇듯 그 시절에도 세상 사람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대의와 개인의
욕망사이를 방황하고 있었다. 두 인물이 지키고자 했던, 또 걷고자 했던 인생 길에서 두 사람
이 가졌을 내적 갈등, 그리고 세상과의 외적 갈등이 극을 끌고 가야했지만 두 인물의 고민과
고통은 관객의 마음을 끌어내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어떤 작품을 선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성도는 유사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관객들에게
조금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산책을 본선 진출작으로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