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신 연극인 여러분께 축하의 인사를 올립니다.
○ 제30회 대전연극제 심사총평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연극제가 무사히 막을 내리게 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공연장의 분위기도 잘 조성되고, 관객의 호응 또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연극제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연극제를 통해 연극인들과 관객들 모두가 무대에 대한 소중함을 확인하고, ‘연극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믿습니다.
심사의 기준 또한 ‘연극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즉, ‘사람 사는 세상’, ‘사람 사는 일’을 얼마나 진실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또 그것을 무대화하여 객석에 전달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절실한가, 심사위원들은 이 ‘진실함’과 ‘절실함’에 중점을 두고 작품의 심사에 임했습니다.
심사는 먼저 개별 작품에 대한 자유토론과 종합토론을 거친 후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한 작품씩 추천하여 다수의 추천을 받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네 편의 참가작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호연환생뎐>은 지역의 역사적 인물인 김호연재를 소재로 하여 현시대에 그 인물을 환생시킨다는 설정이 흥미를 유발하였으나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 구축이 미약하고, 무대 운영의 역동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작품이 교육극, 기획극의 성격을 띠는 점 또한 심사 과정에서 논의되었음을 밝혀둡니다.
<알을 깨고 나온 새는 무엇으로 나는가>는 폴 진델의 <감마선은 달무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번안, 각색한 작품으로 ‘상처와 치유’에 대한 사유를 한국적 정서로 적절히 녹여내어 주목을 끌었습니다. 원작과 달리 희망적 메시지의 직접적 제시가 세계관의 축소로 이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적합하게 조성된 무드와 연기의 앙상블, 밀도 있는 장면 연출로 긍정적 평가를 얻었습니다.
<너무 놀라지 마라>는 희곡 자체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작품 선택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공연이었습니다. 극단적인 설정과 자극적인 행위가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은 구체적인 주제의식의 부재에 기인하며 그 결과 무대 형상화가 피상적 유희에 그치고 말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하이옌>은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순수한 사랑과 현실적 굴복의 과정을 세태풍자극의 형식으로 전개한 작품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극의 배경으로 도입하여 현실감을 더하고자 하였으나 개연성의 부족과 논리의 비약이 결함으로 드러났고, 특히 희곡이 가진 성격과 무대 운영 사이의 부조화로 리듬과 템포를 살리지 못한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상 네 작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알을 깨고 나온 새는 무엇으로 나는가>를 대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부디 이 작품의 텍스트와 무대를 보완하여 대한민국 연극제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기 바라며, 어려운 시기에 제작된 이번 참가작들이 모두 완성도를 높여 대전 연극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